Friday, March 25, 2011

Interview : 1995年 이후

1971년 부터 1983년에 태어난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 '1995년 이후.'
작고 가벼운 무게와 달리, 실려진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라기보다는 잡지같은 형식을 빌어 젊은 건축가들과의 32명분의 인터뷰로 이뤄져 있다.  개중에는 소우 후지모토나 이시가미 준야 같은 낯익은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이다. 인터뷰 내용은 건축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난해하고, (건축 테크니컬 용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없이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다.) 또 간간이 실제 의미나 논의와는 다르게 전개된 부분들이 있어 구체적이기 보다는 다소 추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의 일본 젊은 건축가들의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고,  세대전반에 걸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양적 결과물로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1995년 이후' 라는 제목은 다층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혹자는 일본 경제전반에 걸친 위기가 시작된 시기로 볼 수 도 있고, 한신-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던 해로 볼 수 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뷰어들, 즉, 현재 차세대 건축가의 1선이 사회에 진출한 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을 보아도 95년은 하나의 기점일뿐, 년도 숫자를 크게 유념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1995년"은 아시다시피 Windows95 가 발매되어 PC가 보급된, "인터넷 원년" 이라고 불리게 되는,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함으로써 새로운 정보 인프라 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연도이다. 동시에, 한신 고베 대지진 과 오움 진리교 사건이 일어나 기존의 도시 인프라의 취약점을 분명히 한 해이기도 했다. 여기서는, 이러한 도시의 인프라 구성이 변화하여 정보화와 교외화가 가속하는 2000년대 일련의 변화를 기점으로 "1995년"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 본문 2p

오히려, 책에서는 인터뷰이인 후지무라 류지의 95년이후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건축 흐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 그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 유럽에서 일어나는 도시/사회와 건축간의 관계와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예컨데, 유럽에서 '비판적공학주의' - 아마도 비판적 디자인과도 상응하리라 생각되는 번역의 - 를 통한 도시계획, 교외 개발계획들이 염두되어 진행되고 있고, 그것들이 아카데믹과 필드로 강하게 유입되는 현 시점에 맞서 많은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은 여전히 "건축"을 - 작은 규모의 혁명을 -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거대한 변화의 계획을 드러낸다기 보다는 건축가 일인의 작은 변화들과 그것들의 간섭을 통해 도시 전반의 점진적 변화를 꿰하려는 논의들이 그것이다.
32개의 각기 다른 의견만큼이나 그 지(知)적, 정치적 논의도 제각각이다. 단지 개인 소비재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스케일의 - 그것이 개인주택이라고 하여도 - 건축에 대해 건축가 일인의 직관이나 감각, 감성에 호소하는 다소 나이브한 어프로치부터,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현재 일본건축과 세계를 나누는 가장 큰 특질이라고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프로세스의 객관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합리파들, 새로운 도구들- 물리학과 알고리즘에 대한 지엽적인 논의들, 그리고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미래 건축가상(像)에 대한 묘한 마이크로레벨 정치성의 함의도 이 책에 담겨진 재미난 요소들이다.

책은 후지무라 류지 team roundabout 의 공동 저작으로, 단지 어떤 대화를 나누고 기록한다는 것을 넘어 토론의 장을 디자인한다 - 그들을 어떻게 인터뷰 할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디자인이 선행되었다. (이는 권말에 따로 나누어져 있다.)  32개의 젊은 건축가와의 대담 이후, 마지막으로 책의 표지를 펼치면 그것은 다시 하나의 온전한 페이지가 되어 잡지 "도시주택" 의 편집장이기도 한 우에다 마코토씨와의 숨겨진 33번째의 인터뷰 - 실제 미디어를 만드는 것과 남기는 법 - 가 나오게 된다.  표지뿐 아니라 내지의 페이지들도 좌측에서 부터 우측 하단부로 점차 디테일한 데이터들이 정렬되는데, 이는 편집자 후지무라 류지가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표층"과 "심층"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