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3, 2010

I.D : a piece of paper

이제는 아이폰 punch 한번에 모든 주소와 나의 사이버공간의 생활이 옮겨지고, 영업용 종이명함이 지닌 느낌도 신선함이나 두근거림 보다는 틀에 박힌 것, 정리하기 귀찮은 것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곧 모든 인쇄매체는 전자종이로 대체될 지도 모른다.





학교건, 사회건 디자인이 본인의 취미가 아니라 책임을 지닌 일이 되기 시작하면, 즐거움은 사라진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작업을 한다고 하면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힘껏 담아내어 영업하려고 한다. 정작 그렇게 만들어진 작업에서 나의 느낌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오히려 무언가 답답하고 나 같지 않음에 스스로 비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나는 나를 완전히 지우고 - 지워도 마음에 상처 받지 않을 - 클라이언트를 찾는다. 편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선택하게 하고 그들이 만들어 나가게 하면 이상하게도 그 결과물은 더욱 나같이 보인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느낌도 든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한장 씩 주변인의 이름을 담은 종이를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나 자기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어떠한 신념이나 목표에 대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모습의 나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글씨와 숫자의 꼴, 종이의 촉감, 받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한다. 그렇게 이름을 담은 종이들은 나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를 우선 내세우기 보다, 친우들과 긴 대화와 경험을 통해 이야기 하고 그려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언젠가 명함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단지 수 년간 내가 느껴왔던 그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그들이 한 발자국 나설 때 마다 자그마한 선물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