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들어와 영어를 배우는 것은 마치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과 똑같은 과정을 연상시킨다. 지도를 펼치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어디로 갈 것 인가 끊임없이 재고 판단하는-
언어는 의사소통하기위해 탄생한 것이다. 내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자 하면 물, 마시다, 또 부탁하고자 하는 단어를 특정 소리 값, 문자 값으로 하자고 약속한 것. 그러므로 이는 분명히 편의, 경제적 속도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데만도 수년이 넘게 걸리고, 심지어 배웠다 하더라도, 능숙히 사용하는데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엄청나게 든다.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교과서를 놓고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수 많은 기호와 상징 요소, 또 배열하고 전개하는 과정의 축적 모두가 언어인 탓에, 영어 하나를 배워도 어떤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지, 위치파악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한국어 사용을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공문서와 메신저, 친구와 부모, 학교와 클럽, 직장동료와 거래처 직원, 또 동네친구와 동호회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우리가 보기엔 별 차이 없지만, 외국인에게 전혀 다른 한국어들이다.
'영어를 공부' 하는 것과 '사용하는 영어'는 전혀 다른 문제다. 교과서 예시들은 인터넷, 블로그나 유튜브 답글에서는 찾기 어려우며, 영문 블로그 글들은 그들의 일상대화와 매우 다르다. 한 언어 속에 이미 수많은 언어가 있는 탓에, 영어학습을 위한 학습은 단지 영어공부의 시작점 - 다름을 인지하기 위한 기준을 잡는 초석 - 에 불과하다. 세대 차이, 공공장소와 개인공간의 영어,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에 맞춰주는 미국인과 진짜 미국인의 영어등 갈곳이 너무나 멀다.
디자인 문제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불고 있는 열풍에 힘입어 디자인 학원, 대학의 강좌들 그리고 학생들은 넘친다. 그러나 디자인도 학교와 사회, 제품과 판매,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들사이와 같이 수 많은 영역들이 있다. 그 안에서도 스타일과 문법이 또 천차만별이다. 디자인을 배운다는 결국 디자인에 무슨 영역들이 있고, 내가 가야할 곳, 지금 있는곳 사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배우는 영어가 영어시험을 위한 것인지, 청과물 점에서 사과를 사는 목적인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것인지, 친구를 사귀기 위함인지, 꾸준히 가늠하는 것과 똑같다.
디자인을 수년, 십여년 배워왔고 이제 졸업해서 경력도 쌓았으니 '나도 디자인 전문가!' 라고 하는 사람들은, 혹시 내 디자인이 어떤 곳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장롱 외국어와 똑같은 수준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현재 처한 환경이 영어 시험장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Sunday, May 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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